[특파원 칼럼] 한한령 해제 노력 절실하다

입력 2024-04-15 18:06   수정 2024-04-17 17:00

“한국 사람들은 혜리 편인가, 한소희 편인가?”

최근 중국 지방정부 공무원들과 저녁 식사를 했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20대 여성 공무원들은 얼마 전 한국에서 화제가 된 연예인의 삼각관계 사건에 관해 물었다. 그러고 나서 “우리는 덕선이 편”이라며 까르르 웃었다. 그들은 시시콜콜한 한국 연예계 소식을 모두 꿰고 있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헤로인 혜리를 극중 이름인 ‘덕선이’로 부르며 친근감을 드러내는 모습도 놀라웠다.
통제에도 맹위 떨치는 한류
지난달 23일에는 아이돌 그룹 ‘뉴진스’가 베이징에서 팬사인회를 열었다. 뉴진스를 보기 위해 모여든 팬들로 현장은 북새통을 이뤘다. 사인회 입장권은 뉴진스 앨범 수백 장을 보유한 350여 명의 현지 열혈 팬에게만 주어졌다. 엔터업계 관계자는 “중국 팬들의 구매력이 한국 아이돌 수익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했다. 공식 공연이 어려워도 중국에서 팬 관리 행사를 여는 이유였다.

K팝 스타들은 중국 청소년에게 이미 동경의 대상이다. 최근 만난 한 중국인 학부모는 전교 1등을 하던 고등학생 자녀가 한국 아이돌에 빠져 공부에 손을 놓았다며 고민을 토로했다. 이 학생은 국내 엔터테인먼트 회사 연습생으로 들어간 뒤 미국 아이비리그 진학을 포기하고 ‘K팝 스타’의 꿈을 키우며 매일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 문화콘텐츠산업이 중국에서 전면 통제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이처럼 중국 내 한류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는 사실은 놀랍다. 2016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가 터진 이후 본격화한 한한령으로 한국의 영화·공연예술·음악은 중국에서 전면 통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드 배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한국의 정당한 방위권인데도 중국 안보를 위협한다고 트집 잡았다. 이 때문에 게임 영화 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의 수출이 막히면서 관련 국내 기업들이 막대한 피해를 봤다.
지금이 한한령 해제 기회
기회가 있을 때마다 중국에 있는 주요 한국 기업 법인장들에게 물었다. “반도체 이후 한국의 돌파구는 무엇인가. 중국을 공략할 수 있는 한국의 ‘비밀병기’는 없나.” 이들은 공통된 목소리로 “문화콘텐츠산업”이라고 입을 모았다. 중국의 문이 열리면 한국 문화콘텐츠의 산업적 가치는 삼성전자 못지않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평가였다. 한 중국 기업인도 “중국 정부가 아직 한한령을 풀지 않는 것은 한국 문화콘텐츠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했다.

문제는 얼어붙은 한·중 관계와 중국의 자국 문화산업 보호 기조다. 그래서 더욱 한한령 해제를 위한 정부의 다층적 노력과 외교력이 절실하다. 중국의 불합리한 제한 조치를 풀도록 하는 것은 한국의 당연한 요구다. 중국 내에서 ‘어둠의 경로’로 소비되면서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는 한국 문화콘텐츠산업을 보호하는 것은 한국 정부의 책무이기도 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 문제를 풀기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고, 현 정부에서도 별다른 진전이 없다. 문화체육관광부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등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각 부처는 “내 일이 아니다”며 손을 놓고 있다. “어차피 안 될 것”이라는 패배주의에서 벗어나 한한령 해제를 위한 노력을 지금이라도 시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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